비트코인은 P2P 거래를 탈중앙화 방식으로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이는 곧 중앙은행의 통제 아래 있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도전하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헷징목적으로도 기존 법정 통화와 대립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존재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달갑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역시 비트코인을 반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통령 1기 시절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돌아온 트럼프는 비트코인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왜 트럼프는 비트코인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일까?
미국의 국가부채는 연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엄청난 수준의 돈을 풀었고,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여기서 더 많은 돈을 풀고 싶어 한다. 돈을 푸는 정책이야말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더 풀려면 국채 수요를 증가시켜야 한다.
국채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가상화폐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에서만 거래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원화로 거래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와 1:1로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USDT, USDC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 스테이블 코인들은 상당 부분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다.
즉, 가상화폐 시장이 커지면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 시장도 커져야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 국채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미국은 20조 달러가 넘는 수준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만약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진다면, 1조 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에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논리를 고려했을 때,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거나 최소한 실물 경제가 좋아 보이도록 하는 착시 효과를 만들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키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키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위 ‘대장’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을 키우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의 중심지였지만, 현재는 미국이 기관투자가와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취임 후 비트코인을 지나치게 홀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앞서 말했듯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도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잡는다면, 달러 대신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할 가능성도 있고,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사용할수 있게 된다면 외국에서 달러를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달러 패권을 약화시킬수도 있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트럼프코인과 멜라니아코인이 등장한 것이 아닐까?
이를 통해 비트코인의 진지한 금융적 역할을 흐리면서도, 투자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남겨두어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채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의 모든 내용은 어디까지나 뇌피셜이다.
하지만 단순한 데이터 조각처럼 보이는 비트코인이 정치적 수단이 되거나, 어떤 나라에서는 통화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세계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사회 실험 같기도 하다.
과연 비트코인은 진정한 글로벌 자산이 될까?
아니면 제도권에 의해 길들여진 또 하나의 금융 상품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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